스마트폰內 데이터 지워지면 ‘디지털치매’
소송 대비 복구 업체 찾는 사람 최대 고객
다른 사람 폰 들고오기도…범죄악용 우려
[뉴스핌=오채윤 기자] 영업직을 맡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있었던 회식 자리에서 과음했다. 다음 날 아침 업무를 위해 휴대폰을 찾았지만, 액정이 처참히 파손된 것을 발견했다. 기억을 겨우 더듬어 어제 저녁 만취한 상태로 동료들과 어울리다 휴대폰을 떨어뜨렸던 것을 생각해냈다.
[게티이미지뱅크] |
A씨의 휴대폰 안에는 수백 명의 고객 데이터와 문서 뿐만 아니라 2년 동안 찍은 수천장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켜지지 않는 휴대폰을 들고 공식 서비스 센터에 달려갔지만, 업체로부터 “메인보드가 손상됐으니 내부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부품 교체로 새것처럼 사용할 수 있지만 백업되지 않은 데이터는 복구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A씨는 도저히 데이터를 포기할 수 없어 데이터 복구 업체를 찾았다.
최근 일반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복구 프로그램이 출시되는 등 복구업체를 찾는 발길이 늘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데이터 복구업체 관계자는 “실수로 삭제된 것이라도 업체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존 데이터의 손실없이 삭제된 부분만 정확히 추출해 복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하는 분들의 업무 데이터 외에도 소중한 추억이 담긴 사진이나 가족사진 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졌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복구를 요청하시는 손님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추억이 담긴 사진, 데이터를 복구하기 위해 업체를 찾는 손님도 많지만 실제 가장 많이 찾는 손님은 소송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재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증거를 찾기 위해 업체를 찾는다.
업체 관계자는 “범죄의 결정적 증거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손님이 많이 찾는다”며 “억울하게 범죄 혐의를 받는 손님들을 도와주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작년 말 성추행을 당한 B씨는 당시 경황이 없어 가해자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고 억울한 마음에 주변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고소가 힘들다는 말만 돌아왔다.
당시 정황을 드러낼 수 있는 카카오톡 대화를 가해자와 나눴으나 이미 5개월 이상이 지나 데이터가 손실된 상태였다. 그는 데이터 복구업체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증거가 될 수 있는 대화를 복구할 수 있었다.
올해 출시된 데이터 복구 프로그램. [인터넷 캡처] |
최근에는 최신 스마트폰에서 데이터를 복구하는 핸드폰 사진 복구 프로그램과 카카오톡 대화내용 복구 프로그램도 출시됐다. 업체를 굳이 찾지 않아도, 손쉽게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 후 내려받으면 스마트폰을 컴퓨터와 연결하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데이터 복구가 가능하도록 개발된 프로그램도 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데이터 복구업체 관계자는 “동영상과 사진 앨범에 있는 파일을 복구해달라고 요청한 남성이 있었는데, 본인의 것이 아닌 다른 여성의 사진들이 많았다”며 “휴대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를 중고 거래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